EP 2. 커피 경험하기


커피의 향미는 커피의 향(분쇄된 커피의 향, 커피에 물이 가해졌을 때 올라오는 향, 완성된 커피의 향)과 더불어 입속에 커피를 머금었을 때 느껴지는 맛과 향의 복합적인 느낌을 포괄합니다. 이러한 커피의 향미는 커피 안에 존재하는 자연적인 화학물질들로부터 발생해요. 


커피생두에 열을 가하고, 분쇄하고, 뜨거운 물로 커피 안의 물질들을 뽑아냄으로써 여러 가지 향미가 담긴 한 잔의 액체,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만들어집니다. 커피 안의 어떤 물질이 어떤 향미를 만들어 내는지에 관해 설명하는 방식이 보다 정확할 수 있겠지만, 이 곳에서는 커피의 향을 맡고 맛을 보고 느끼는, 우리가 신체 감각을 활용해 커피를 경험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해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우리는 후각, 미각, 촉각을 활용해 커피 플레이버를 느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커피일수록 이러한 감각 경험에서의 미세한 차이들을 만들어냅니다. 좋은 커피를 경험한다는 것은 일종의 미식과도 같습니다. 한편으로 우리가 무언가를 맛본다는 건 주관적인 우리의 감각을 활용하는 과정이기도 하므로 ‘맛있는 커피’에 관해 명확하게 딱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경험이 중요해집니다. 


앞으로 인얼스 커피의 많은 독자분들이 커피 경험을 통해 감각을 발견하고 기억하고 축적해가면서 커피에서 느껴지는 크고 작은 향미의 차이들을 구별할 수 있는 각자의 기준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명한 농장의 커피는 매년 돌아오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커피 시즌을 기다리는 설렘도 있고, 커피의 동향은 끊임없이 개정되니 나름 관찰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니깐요 :)



후각의 표현들

먼저 우리는 볶아진 커피의 향, 분쇄된 커피의 향, 뜨거운 물로 추출된 커피 액체의 향을 맡습니다. 볶아진 갈색의 커피에 함유된 화학물질은 분쇄를 통해 가스로 방출됩니다. 분쇄된 커피의 향을 커피 프래그런스Fragrance라고 합니다. 그리고 분쇄된 커피는 뜨거운 물을 만나 커피 액체로 추출되며 이 과정에서도 커피의 화학물질이 기체화됩니다. 

추출된 커피의 표면의 증기에서 나는 향을 커피 아로마Aroma라고 하구요.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시는 과정에서도 커피 액체가 입안의 공기와 만나면서 향이 발생합니다. 이를 커피 노즈Nose라고 하고, 커피를 마신 후에 입안에 남는 향을 애프터테이스트Aftertaste라고 부릅니다.



미각의 표현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우리는 커피를 맛보기도 합니다. 우리의 혀는 단맛, 신맛, 쓴맛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커피에 있는 유기물질들은 여러 가지 당, 식물성 지방, 과일 산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이러한 유기물질들에서 발생하는 단맛, 신맛, 쓴맛의 기본 결합으로 다양한 맛의 스펙트럼이 나오는 것입니다. 신맛은 산미라고도 불리죠. 보통 산미가 좋을 때는 ‘밝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좋은 상태의 신맛은 깔끔하고 신선한 과일과 같은 향미 특성이 느껴지지만 너무 강한 산미는 불쾌함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단맛은 커피에서 실제로 느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 커피에는 ‘단향’만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맛으로 부르는 이유는 카라멜, 초콜릿과 같은 테이스팅 노트에 소개되는 물질들에서 단맛과 함께 단향이 발생하고 해당 단향 때문에 커피를 마실 때도 실제 단맛을 느끼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쓴맛은 보통 커피에 있어 안 좋은 맛으로 평가되는데, 로스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캐러멜화와 탄화에 의해 쓴맛이 형성될 수도 있으며 로스팅 과정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쓴맛이 강조됩니다.



촉각의 표현들

우리는 커피를 촉감으로 경험하기도 합니다. 마우스필Mouthfeel 이라고도 불리는 이 촉각적인 경험은 우리가 커피를 마신 후 입안에서 느끼는 감각을 의미합니다. 입안의 신경은 커피의 점도와 미끈함을 감지하는 데 이 두 가지를 커피의 바디Body라고 합니다. 커피의 기름 성분, 단백질 등이 바디감에 영향을 주죠. 바디감은 ‘묵직하다’ ‘가볍다’ ‘편하다’ 등과 같은 단어들로 표현되고, 클린컵Clean Cup은 첫 모금부터 끝맛까지 그 사이에 부정적인 느낌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깨끗한 느낌, 맑은 느낌을 의미해요. 클린컵을 평가할 때는 첫 맛부터 마지막 목넘김 사이의 전반적인 향미(특히 부정적인 향미의 유무에 대해)에 주목해야 합니다. 

추가적으로 향미가 명확하고 순도가 높을 때 ‘클린’하다는 표현을 쓰며 반면에 미숙되거나 과숙된 체리. 오래 가공되어 과발효된 커피, 생산 전반의 과정에서 환경 관리를 잘하지 못했을 때 클린컵이 위협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밸런스Balance는 향미를 구성하는 끝맛, 산미, 바디 등의 속성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를 말합니다. 특정한 향미의 속성이 부족하거나 한 속성이 다른 속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정도로 압도적일 때 ‘밸런스가 좋지 않다’고 표현해요.